'박범신의 은교, 억제된 욕망을 풀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다'
한달 반만에 탈고를 끝낸 박범신의 <은교>는 현대인의 숨겨지고 억제된 욕망을 10대, 20대~30대, 70대를 동시에 나타낸 인간 본성에 대한 소설이다.
시인 이적요의 집 계단에서 졸고 있는 여고생 한은교로 부터 알 수없는 미묘한 심리적 충동이 시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우연히 찾아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제자 서지우의 은근한 계략이었다.
이적요,서지우의 한은교에 대한 집착과 견제는 우리들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다. 서지우에게 한은교는 한 여인으로 육체적 대상이지만, 이적요에게는 한은교는 성을 살리는 미혼약이기도 하지만 손녀 같았고, 어린 여자 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 누나와 엄마 같았다.
한은교와 서지우의 정사 장면을 목격한 자동차 정비사출신인 이적요는 교묘한 방법으로 자동차에 문제 있도록 만들어 서지우를 교통사고로 위장하게 했지만, 서지우는 그 사실을 알고 원 상태로 돌려놓지만 우연인지 예상했던 곳에서 사고를 당한다. 이적요가 죽을 때 남겼던 일기장에 그 사실을 기록했지만 공개하지는 않았다. 한은교는 그 사실을 알고 이적요와 육체적 사랑을 하지 못한 사실에 괴로워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사랑은 국경이 없으며, 나이가 없다. 이적요, 서지우, 한은교의 솔직한 감정은 인간의 내면은 숨길 수 없고 숨겨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이들의 사랑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늙은이의 주책없는 집착이고, 어린애의 철없고 부도덕한 삶이며, 제자 서지우의 교활한 치정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우리는 아침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를 안다. 무료하고 나태해진 분들의 본성을 깨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읽는 내내 나는 내안의 깊은 이성이 손상되는 듯하지만 인간은 이성대로만 살 수없다. 감정과 감성을 깨우고 이성을 조절하는 소설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하는 박범신의 소설을 인상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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