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허삼관 매혈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건네는 따듯한 황주 한 잔. 아내를 위해, 아들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웃음과 눈물 나는 이야기. 위화, 그는 솜씨 있는 구성, 아름다운 서술, 은밀하게 다가오는 통절함에 수없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은 익살과 해학 그 뒤에 자리한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느끼는 소설.
허삼관은 피를 팔아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아이가 사고 칠 때 피를 팔아 치료비를 대고, 아이가 아플 때 피를 팔아 치료비를 대고 나이 60세 100세 할아버지처럼 늙어 버린 모습으로 지나온 과거에 대한 피의 가치를 생각하며 돼지볶음과 황주가 그리워서 울고 있다.
허삼관은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피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살아가는 과정이다. 조창인의 <가시고기>가 생각난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장기를 팔고 죽어가는 아버지를 그린 가시고기.
차갑고 냉정한 듯한 허삼관은 따듯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삶의 가치를 알고 삶이라는 도를 알고 있는 무식하지만 삶의 정도를 걷고 있다. 가족을 위해 이틀 연속으로 매혈(피를 팔다)하다가 쓰러지고 자기 가 판 피를 다시 사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자식을 살리는 일이다.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문화 대혁명기에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문화대혁명 자체가 공산주의로서 평등이 최고의 이념이다.
우리는 문학을 자주 접해야 한다. 우리는 문학의 자극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를 회상에서 미래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대 로마의 시인 마티에르가 한 말이다.
가끔 불광동 산 동네에서 삶이 소환되곤 한다. 그 시절의 힘겨웠던 경험이 오늘의 나, 우리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산 동네의 친구들을 50년 넘게 일 년에 몇 번씩 만나고 있다. 20대 초반에 헤어졌던 임채열, 30대 초반에 이승을 달리했던 박홍빈을 제외하고 잘 살고 만나고 있다. 다만, 오래전에 연락이 끓겼던, 독박골의 남옥미, 산동네의 조광용 형, 조영숙, 조영희, 조영옥, 그리고 딱부리네 가족이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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