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지혜진 '시구문'
시구문(광희문)을 통해 나가는 시신의 주인들에게 작은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무당딸 길연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 지혜진의 <시구문>은 조선의 정치와 경제, 귀족과 서민들의 삶, 그리고 계급제도의 모순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무당딸 - 사실은 길연의 신내림을 대신해서 엄마가 무당이 됨 - 길연은 시구문 밖에서 죽은 자들이 편안히 저승길에 갈 수 있도록 부적을 주거나 처방을 내려주고 수고비를 받아 생활하는 15세 소녀다. 그의 친구 백주, 그리고 양반집 딸 소혜사이의 우정은 신분의 벽을 넘는 고귀한 인간관계라 할 수있다. 인조는 시구문을 통해서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고 청태종에게 삼전도에서 굴욕의 군신지의. 삼고구두례의 예식을 치르고 희생양으로 소혜의 아버지는 처형(모함으로)이 된다.
길연은 소혜에게 아버지의 터럭을 가져다 주지만 자기가 도망가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진다고 돌아간다. 그리고 노비로 팔려간다. 그곳에서 백주의 동생 백기가 반지를 훔치고 백주는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주장하며 뭇매를 맞고 죽는다. 소혜, 백기, 길연은 탈출해서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소혜와 길연은 동무가 된다.
하루 아침에 양반에서 노비로 전락하는 조선의 신분제도의 개혁을 은근히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5천년의 역사에서 외침이 무려 1,000여번 있었고 그때마다 낮은 신분들이 나라를 구하고자 앞장섰다. 특히 임진왜란때 천민인 신돌석(申乭石)(원래 한문이름이 없었지만 후에 글자를 만들었다) 이 일어났듯이 양반이 하루아침에 천민이 되고 천민이 공명첩을 사서 양반이 되기도 했지만, 이 사회를 지탱하는 신분이라는 기둥은 오히려 아래의 초석(천민)이 었다. 양반들, 귀족들, 위정자들이 나라를 말아드셨다. 반성들 해야 하리라.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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