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술의 성전 '한비자'

고전이란 인류의 조상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계획했는지를 후세에 남긴 글로 우리 정신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고전은 현재와 과거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는 지침서 역할을 해주며, 현재의 삶에 녹아들어 미래를 밝히는 마음의 등불 역할도 한다.
한비는 전국칠웅시대에 이사와 함께 순자로 부터 학문을 익혔지만 미약한 한나라는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권력을 장악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는 커녕 실속없는 소인배들을 등용하여 나라를 망치고 결국 진시황제에게 멸망당했다.
진시황은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하고 한비를 만나 한비의 고견을 들었지만 그의 경쟁자이자 동문인 이사의 모함으로 처형당했다. 진시황이 후에 깨달았지만 이미 한비는 죽었다. 이사는 조고와 함께 진나라를 망하게 한 장본인이다.
한비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데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한비자는 법의 만능주의를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백성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비 사상의 의의와 한계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비의 사상은 도덕과 인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고 법에 의해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의 건설을 가속화해 중국역사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한비의 법치는 전적으로 군주를 위한 것이지 일반 백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은 군주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며 백성의 억눌림은 더욱 증폭되었다. 한비의 사상을 받아들인 진시황은 부국강병을 일으켜 천하를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결국 민중봉기로 그의 아들 "호"의 대에서 끝났다.
한비자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충성스런 말은 귀와 마음에 거슬린다.
2. 총애하는 신하를 지나치게 가까이하지 말라.
3. 군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야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4. 법도만이 영원한 강국을 만든다.
5. 작은 이익을 구하려다 큰 이익을 해친다.
6. 외세의 힘을 빌리면 영토를 잃게 된다.
7. 통치술에 정통한 인재가 나라를 다스리게 하라.
8. 군주의 권세가 가볍고 신하의 권세가 무거우면 망한다.
9. 군주의 재난은 사람을 믿는데서 비롯된다.
10. 시대에 맞게 옛 법도를 바꾸고 오래된 풍속을 고치자.
11. 미신과 외세에 의존하면 나라가 망한다.
12. 욕심은 재앙을 낳는다.
13. 인재의 등용은 하늘의 이치에 따라야 하고 법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
14. 충신의 독려하고 간신은 경계하라.
15. 여러 사람과 의논하면 미혹되지 않는다.
16. 지혜로운 신하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라.
17. 명군은 헛된 말과 충심의 말을 구분할 줄 안다.
18. 직언하면 제 아비까지 위태롭게 한다.
19. 군주의 권세로도 신하를 다스릴 수 없으면 제거하라.
20. 현명한 군주는 벼슬아치를 다스리지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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