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공존(共存)의 이유'

몇년 전에 안성 80산을 오를 때 마지막으로 등정했던 미리내성지 왼쪽에 있는 갈미봉과 묘봉을 지나 조병화 문학관으로 하산했다. 교틍이 불편한 그곳으로 "어린왕자"님께서 픽업하러 오셨다. 그 분도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함께 문학관을 참관하려 했지만 시간이 늦어 문학관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그의 시세계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 세계는 낭만시보다는 내면을 파고드는 영혼을 울리는 시관을 가지고 있다.
생각을 하며
죽는 것을 사는
인간들
.
.
하늘 아래 이 세상
마냥 자유한 곳
하고 싶은 것이
없다.
.
.
캄캄한 대낮
밝아서
무용한 자유
.
.
빛은 많아도
피곤한 공간
먼지처럼
먼지처럼.
--공존의 자유-- 일부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어감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시인의 고뇌가 보인다.
나뭇잎 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너는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나뭇잎 속에서 잠을 자는 새처럼
너는 내 머릿속에서 잠을 잔다.
--낮과 밤--
인생은 덧 없이 흘러가고 낮과 밤이 공존하는 우리의 머릿속은 쉴틈이 없이 미래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때로는 인간은 나뭇잎처럼 무의미한 존재이지만 새의 보금자리처럼 영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낮과 밤 39"
오늘
은
어제와 내일이 작별하는
자리
그곳에서
산다
산다는 것은
종달새
etc.
아리송 하면서도 꺼림직한 무엇인가 떠오를 듯한 내면의 울림이 들리는 듯한 시로서 조병화 시인의 인간적 고뇌가 보이는 듯 하다.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완묵 시집 '금강산 가는 길' (0) | 2023.08.24 |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0) | 2023.08.23 |
류시화 '마음 챙김의 시' (2) | 2023.08.20 |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2) | 2023.08.09 |
고형진 '정본 백석 시집'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