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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조병화 '공존의 이유'

조병화 '공존(共存)의 이유'

  몇년 전에 안성 80산을 오를 때 마지막으로 등정했던 미리내성지 왼쪽에 있는 갈미봉과 묘봉을 지나 조병화 문학관으로 하산했다. 교틍이 불편한 그곳으로 "어린왕자"님께서 픽업하러 오셨다. 그 분도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함께 문학관을 참관하려 했지만 시간이 늦어 문학관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그의 시세계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 세계는 낭만시보다는 내면을 파고드는 영혼을 울리는  시관을 가지고 있다.

  생각을 하며
  죽는 것을 사는
  인간들
  .
  .
  하늘 아래 이 세상
  마냥 자유한 곳
  하고 싶은 것이
  없다.
  .
  .
  캄캄한 대낮
  밝아서
  무용한 자유
  .
  .
  빛은 많아도
  피곤한 공간
  먼지처럼
  먼지처럼.

  --공존의 자유-- 일부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어감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시인의 고뇌가 보인다.

  나뭇잎 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너는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나뭇잎 속에서 잠을 자는 새처럼
  너는 내 머릿속에서 잠을 잔다.

   --낮과 밤--


  인생은 덧 없이 흘러가고 낮과 밤이 공존하는 우리의 머릿속은 쉴틈이 없이 미래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때로는 인간은 나뭇잎처럼 무의미한 존재이지만 새의 보금자리처럼 영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낮과 밤 39"

  오늘
   은
  어제와 내일이 작별하는
  자리
  
  그곳에서
   산다

  산다는 것은
   종달새

    etc.


  아리송 하면서도 꺼림직한 무엇인가 떠오를 듯한 내면의 울림이 들리는 듯한 시로서 조병화 시인의 인간적 고뇌가 보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