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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소영 '식물의 책'

이소영 '식물의 책'
식물 세밀화가

  식물에 관한 영구 보존에는 식물세밀화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가까이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아니 무심히 넘어가는 민들레, 스투키, 쑥 등의 연원과 그에 관한 과학적 연구, 그리고 세계적인 꽃 박람회에 대한 실증적인 사례를 나열한 식물 세밀화가인 이소영의 <식물의 책>을 주저없이 읽었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딸기에 얽힌 이야기와 제비꽃이 우리 주변에 많은 이유에 대하여도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데 도움되는 <식물의 책>을 두고 두고 읽을 일이다.

  제비꽃이 번식력이 좋은 이유는 제비꽃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달콤한 젤리같은 것이 있는데 개미들이 그것을 물고 가다가 씨앗은 개미집 밖에 버리고 엘라이오솜만 집으로 가지고 가기 때문에 그 씨앗이 여기 저기에 싹이 나서 제비꽃 번식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비꽃"

         시/소금빛향기

저는 양지바른 곳에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보라빛 여신이랍니다.

대지에 잉태한 모습으로 죽었다 피어나길 일천팔백일이랍니다.

제비가 돌아올 때 피어나 환희를 전하는 희망의 꽃이랍니다.

저의 향기로 오랑캐를 유혹하는 오랑캐꽃은 싫어요.

겸양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가락지꽃이랍니다.

저를 안고 춤을 추면 피부질환, 비뇨기질환이 없어집니다

자색미인으로 제비와 함께 돌아올 여의초를 반겨주시어요.

ㅡㅡㅡㅡㅡ
제비꽃은 다년생으로 양지바른 곳 어느 곳이나 잘자라며 수명은 1800일이다. 제비꽃는 제비가 돌아 올때쯤 꽃피는데, 제비꽃이 필 때쯤 되면 약탈하러 오랑케(여진족, 청나라)가 쳐들어온다해서 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겸양이고 자색(보라색) 제비꽃은 여의초라 해서 약으로 쓰면 비부과 비뇨기과에 효험이 탁월하다.

  식물의 세계에도 질서가 있고 체계가 있으며 극한 상화이 아니면 근친교배를 피해려는 식물들의 본성에 경의를 표한다. 가깝고도 먼 잡초같은 민들레의 구분 - 서양민들레, 토종민들레 - 그리고 야채로 불러야 할지, 채소로 불러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 등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토마토가 왜 채소가 되는지에 대한 글도 유익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는 민족의 애환과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나무는 적송을 말한다. 소나무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금강송을 보면 빼어나고 아름다운 모습에 숨이 멎는 듯 하다. 낙동정맥상에 있는 십잊ㅣ춘향목 그리고 근현대사를 목격한 헌법재판소에 있는 백송도 칭송받을 만하다.

'소나무'
    -소금빛향기-

나의 잎이 두개라고 무시하지 말라
나홀로 우뚝선 절개의 상징이니

추사도 나를 보고 흐르는 눈물로
새한도를 그렸다.

옛날 나를 깔고
빗은 떡은 임금도 즐겼고

붉은 도포에 갓쓴 정이품이려니
삼천리 방방곡곡 침엽수 황제라 한다.

다만, 하늘소는 잎속에 넣는
재선충이 두려울 뿐이로다


  쑥을 연구해서 노벨상을 수상한 글에 우리는 언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부러움이 앞선다. 아마도 한탄바이러스(유행성출혈열)의 규명과 백신을 발명한 이호왕 박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2월 부터 나는 바쁘게 산으로 간다. 얼음새꽃, 복수초를 찾아서.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손길이 탄 보수초에 비해 산능선(800~900고지)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알리기 위해 눈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고 인생을 배운다. 강인한 생명력은 나의 귀감이고 삶의 원동력이다.

"복수초"
      -소금빛향기-

님떠난 외로운 산길
봄날은 간다

꿈속에 들리는
발자국 소리만 아득히

지하의 하데스에 꽁꽁묵인
노오란 미나리아재비

연두빛 새생명에
부러움 가득

제우스 불입김도
만산홍엽도 그리움 속으로 파고드니

삭풍도 가시지 이른 봄
눈속에 피어난 어름새꽃

샛노란 입술에
나그네 밤새 설레는 가슴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