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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주영 '거울속 여행'

김주영 '거울속 여행'
김주영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

  김주영의 자전적 소설로 유년시절의 가난하고 이념을 모르는 아이의 생활에 불어닥친 고난과 형제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과 회환을 그리고 있는 김주영의 <거울속 여행>은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를 개작한 작품이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는 깊은 작가의 의도와 농도를 독자들에게 깊게 이해를 심지 못하여 본질과 정수만 추려 개작한 작품이 <거울속 여행>이다.  유년시절을 회상하면서 부성이 상실된 가정에 소박하지만 문학행위는 자서전, 즉 반성문을 쓰는 행위를 나타낸 작품이다. 60년~70년대 출생한 사람들은 고향다운 고향을 가진 마지막 세대라고 한다. 주제는 지금의 세대들의 뒤에 숨은 과거를 찾아가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형은 형이다. 세살차이라지만 어린 아이일지라도 형의 체면이 형제애에 나타난다. 서민들의 가난하고 비참한 슬픔, 어머니의 긴 세월 동안 쌓여온 한과 슬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힘과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부조리한 실상에 70년대와 80년 군부독재에 살아온 나는 불광동 산동네에서의 흔적이 이책에 나타나는 듯 하다. 이발관의 거울속에 나타난 모습과 거울 위쪽에 걸린 한폭의 수채화에 어른들의 은밀한 삶을 훔쳐보며 어떤 삶을 이기는 고통을 이길 수 있음을 은연 중에 깨닫고 있다. 어린아이의 단순한 행동에 의해 결국은 한 남자를 마을로 쫓아버리게 하고 어머니마저 끌려가 고초를 당하게 했다.  선생이 이발소 주인에게 전해달라는 쪽지를 잃어 버리고 이발소 주인과 선생은 끌려가고 이발소 위의 걸려있던 그림을 집으로 가져와서 숨겨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가난은 끈끈한 가족의 연을 풀게 하기도 한다. 엄마가 숨겨둔 다락은 희망이고 즐거움이고 놀이터였다. 아이들도 가난은 편을 갈랐고 친구도 갈랐다. 들어온 자리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다. 삼손을 놀리고 무시했던 마을 사람들은 삼손이 떠나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움의 민족이고 기다림의 한을 정서로 살아가는 민족이다.

  나는 고향에서의 삶이 가난과 고난, 그리고 슬픔의 시절을 겪었다. 10대 이후에 서울 불광동에서 살가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늘 나를 울게 했다. 펄벅의 <대지>를 읽고 귀향을 고민하기도 했다. 삶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작가의 말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과 회한을 배경으로 위대한 소설이 나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