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궐 '규장각 각신의 나날'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1.2>을 1월에 읽고 5개월만에 <규장각 각신의 나날1>을 읽었다. 잘금4인방 여림, 걸오, 가랑, 대물은 대과에 급제하여 임금의 명령으로 '규장각'에 배속되었다.
임금, 여림, 걸오는 대물 김윤식이 여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가랑 이선준과 대물 김윤희는 위례를 치르고 신방에 들어가지만, 윤희는 결혼을 반대하는 시부에게 달려가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애가 닳은 것은 선준이고 장안 최고 여류 문인은 선준의 모친과 윤희였다.
걸오는 부모의 강압으로 결혼하지만 14살 소녀이기에 열받는다. 4인방은 우여곡절 끝에 신래침학을 통과하고 중국 사신앞에서 떡실신 상태로 시문을 지어 왕과 사신을 놀라게 하고 왕은 윤식에게 거지꼴에 대한 해명서를 작성하라 이른다. 사신은 여리 여리한 윤식의 아름답고 거친 필체에 반해 소장하고자 한다.
사라진 홍벽서를 끌어내게 하기 위해 청벽서가 나타나고 임금은 걸오 재신이 홍벽서임을 깨닫는다.
남장여인으로 성균관, 규장각을 무대로 전개해 나가는 정치, 경제를 넘나드는 연애소설로서 판에 박힌 연정소설을 떠나 변화를 일으켰던 <성균과, 규장각>시리즈에 미소띤 눈으로 읽고 있다.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의 나날>의 속편으로 <규장각 각신의 나날>은 정조의 규장각 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대신들에게 대과에 급제한 비밀병기(공개적이지만)들을 규장각으로 보낸다. 4인방 여림, 걸오, 가랑, 대물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천재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두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랑 이선준과 대물 김윤식(희)은 위례를 치르지만, 이선준의 아비는 끝끝내 반대하고 윤희는 파혼을 선언한다. 어미 임씨는 윤희의 똑똑함과 사람됨을 알고 끝까지 아끼고 챙긴다.
판윤의 딸과 사랑에 빠진 윤희의 동생 윤식 대신에 결혼신에 신랑으로 나타난 윤희 그리고 궁녀 금난이가 윤식(윤희)과 통정했다고 위증으로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되는 윤희, 그러나 초선이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그리고 윤식이는 또 다른 별칭을 얻게 되고 그의 이름은 장안의 여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대물, 변강쇠 김윤식이므로. 걸오 재신은 결혼한 14세의 아내 꼬맹이, 반토막을 하인 취급하고 있으니 어이 하랴. 청나라로 떠나기로 한 날 재신은 꼬맹이 아내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그의 아내는 황홀해서 심장이 멎어 뒤로 꽈당. 청나라로 떠나는 날, 윤희와 윤식은 뒤바뀌고 윤희는 평범한 아녀자로 돌아간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주를 기망한 죄, 그리고 궐내의 많은 사람들이 모를리 없건만 그들은 모르고 지나간다. 윤희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필체, 그리고 대물, 변강쇠라는 이름에 다들 부러움에 죽을 지경일 뿐이다. 조선 양반들의 애정 이야기를 성균관, 규장각으로 끌어냈고, 관제와 궁궐의식에 박학다식하고, 웃음주기도 하는 아름다운 문체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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