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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문순태 '정읍사, 그 천년의 기다림'

문순태 '정읍사, 그 천년의 기다림'

  천년의 기다림, 그 기다림의 미학을 시적 표현으로 나타난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문순태의 <정읍사, 그 천년의 기다림>은 우리 민족의 한을 가사로 표현한 작품을 현대로 소환해 소설화시켰다. 사투리에 정감이 가고 백제의 특성이라 지역사람들의 정신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구수한 사투리와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이 아름다운 필체로 나타났음에 놀랍고도 경탄스럽다.

  도림과 월아의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우리의 민속 이야기에 보름달은 필수 사항이다. 달에 나타난 토끼의 전설과 단소의 구슬픈 소리에 우리의 한이 스며있다. 샘바다 마을 뒷산 삼신산 정수리에 보름달은 토담집으로 비춰들고, 세상은 꿈속처럼 고요하고 아름답다. 망해봉에 얽힌 마귀할멈의 이야기에 밤하늘도 끄덕이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 처럼, 산너머 골목을 보는 모습은 아버지의 모습처럼 정겹다. 사랑을 위해 보름달이 뜬 망해봉을 오르고 있다. 써늘한 거대한 물체가 마귀할멈으로 느끼고 있다. 그 때 호랑이 굴 반대편으로 달리면서 구르고 또 굴렀다.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으로 달려가 낭떨어지기에 떨어져 도림은 죽은 소식을 몰고 왔다. 슬픈 소식을 들은 월아는 그날밤 단소소리가 들리고 있다. 도림은 단소소리에 간절히 소원을 빌어 월아를 불렀다. 죽을 뻔 한 도림이 나타났다. 그들의 눈물의 해후에 소쩍새도 슬피울고, 밤하늘조차 한숨을 쉬는 듯 하다.

  도림의 어머니는 한밤중에 돌아가셨고, 슬피우는 도림은 어머니병을 고치기 위해 샘바다에 들어왔다고 울부짖는다. 그는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소금장수로 변한 도림은 샘바다를 떠나 만경강을 다다랐을 때, 한 때의 군사들이 도림을 군인으로 징발했다. 애처롭게 기다리고 있는 월아의 기다림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었다. 헛것조차 보이고 있는 월아는 그리움에 지쳐 영혼조차 쓰러져 가고 있다. 소금값을 빌리며 월아를 담보로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어렴풋이 들리던 탄소소리에 끌려 밝은 달빛으로 들어가 나무아래서 고요히 영원한 잠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기다림에 지친 우리들에게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가치를 담고 있는 소설을 아름다운 문체로 다듬은 글을 천년 전에 못다이룬 사랑에 오늘날의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도 정읍의 행정구역상 정해마을이라고 있는 기다림의 숨은 보석을 담고 있는 곳에 가고 싶다. 사랑의 소중함과 기다림의 보편적 가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또 다른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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