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외 등
글쓴이 : 박범신
박범신의 외등은 중학교 1학년의 서재희, 중3의 민혜주, 고1의 서영우와 그의 친구 노상규를 중심으로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1960년대부터 시작되는 사랑의 쉼없는 줄다리기와 잘못된 사랑의 끈이 매듭되어지는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다.
재희의 어머니와 영우의 아버지가 재혼함에 따라 남매가 된 재회와 영우, 그러나, 가회동의 집에 사는 쥐들이 그들의 운명을 빗어준 촉매이었다. 천장에서 쥐가 춤을 추는 무서운 한밤중에 재희는 영우 오빠의 듬직한 존재가 포근한 수면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은하철도999이었다. 따듯하지만 뜨거운 영우의 손길이 잠들어가는 재희의 머리에서, 이마로, 귀로, 입술로, 목으로, 가슴으로 전해내려오는 그 여름날의 추억이 재희에게는 사랑의 묘약이되지만, 문간방에 세들어 이사오는 천사같은 혜주의 모습에 사랑이 운명처럼 빗켜가고, 재희는 혜주를 좋아하지만, 오빠인 영우의 사랑은 혜주에게로 이끌린다. 그러나, 운명이란 순탄하지만은 않는다. 그들 사이에 끼어든 노상규의 존재, 그의 일제시대 총독부비밀경찰이던 그의 삼촌은 국회의원으로 권력이 막강하고, 그의 아버지도 일제시대의 공무원으로 군납업과 미곡상으로 돈을 벌어 훗날 대성그룹의 모체가 되는 부유한 아들인 노상규는 매일 민혜주에게 구애의 편지를 쓰며 그녀에 대한 사랑의 애달픈 찬미를 부른다.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의 이념과 민혜주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을 겪으며 영우는 헤주의 화실에 밤에 드나들며 혜주와의 사랑의 쉼표를 마치지 않고, 혜주는 밤에는 화실에서 영우와 영혼의 사랑을 낮에는 노상규와 육체의 사랑을 이어가지만, 결국에는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체, 노상규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고난의 삶이 시작된다, 아이의 문제로, 영우의 문제로 갈등을 겪던 노상규는 혜주에게 자유를 주지만 거부하고 중년의 나이에 이혼의 수속을 밟아가는 과정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혜주의 삶만큼이나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의 줄끊어진 연처럼 사랑은 증오가 되고 삶은 감옥이 되었을 그 잔인한 인생여정이여! 혜주와 영우의 사랑은 지상에 닿으면 사라지는 투명한 이슬과도 같았다. 그들 사이에는 교만도, 부정도, 질시도, 의심도, 상투적인 소유나 요구도 없는 가장 완전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재희의 영우에 대한 사랑(짝사랑)은 고귀하지만 고통스런 감정이었으리라. 나는 대학2학년일 때 후배(정확히는 같은 나이) 희영이 에게로부터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고1일 등교시간마다 만나는 같은 학년의 남학생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무남독녀 외동딸로서 외로움에 사무친 긴긴 3년, 매일 그 남학생을 보는 즐거움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아침에 그녀의 엄마가 맛있는 도시락을 싸면, 하나 더, 옷을 사도 하나더, 영화티켓을 사도 하나더, 무조건 하나더...그러나 한번도, 그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전하지 못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오곤 하던 2년 반이 지난 어느날, 그 남학생 친구들의 대화속에 지망대학의 이야기가 있었나보다. 그 남학생은 Y대 경영학과를 간다고...그래서 그 여학생은 6개월간 거의 잠도 자지 못한 채, 입시 공부에 매달리며 그 학교로 진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그 백마탄 왕자에 대한 그리움은 바다에 밀려오는 하얀 거품처럼, 더욱더 커질 뿐, 그리움에 대한 고통은 더 심해졌단다. 어느날, 우연히도 그 남학생의 친구를 만나서 물어보니 그 남학생은 S대 영문과를 다닌다고. 그 날부터 휴학계를 내고 재수의 길을 통해 S대 영문과를 진학했단다. 극단의 그리움으로 터지기 직전에 만난 첫 만남에서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기만 하는 그녀가 그 날 마신 막걸리는 아마도 한 통은 되었을 것이다. 그 남학생의 이름이 최용철이라고, 인사불성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사랑은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누군가 혼자만의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그녀는 거짓말처럼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처럼 코를 고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나는 혼자만의 사랑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아하는 ‘김태영’의 <혼자만의 사랑>을 지금 듣고 있다. 아무튼, 재희의 오빠에 대한 사랑은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게 빛나는 그런 사랑이었다.
노상규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초기에는 일제의 앞잡이들이 권력을 잡거나 권력의 비호아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애국자들을 빨갱이라는 구실로 무차별 탄압했던 비극적인 현실과 권력형비리와 재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반민족행위처벌법(反民族爲處罰法)] 1945년 8월 이전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1948년 9월 제정되었지만, 해당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에 이미 많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유명무실해 졌다. 이 책에서 고발하는 일제의 잔재는 혜주의 어머니 서산댁이다. 그녀를 통해, 정신대의 본질과 정신대의 잔재와 흔적을, 정신대의 피해를 그려내고 있는데, 그녀는 골수에 사무친 남자에 대한 혐오감과 그 당시에 얻은 매독 균에 의해 정신이 황량해지고 육신도 병들어 가고 있다. 그 고난의 역사에도 미 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의결에 즈음하여,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하고 있어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어 주변국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의 정치인들부터 반성해야 되지 않을까, 역사는 반복되는 것,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와 백제가 나라를 잃고 끌려간 우리 선조 들의 고난의 역사, 고려에 침입한 몽고의 살리타에 의한 침탈, 병자호란의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무릎꿇은 인조대왕과 그에 끌려간 우리들의 어머니 화냥년들(병자호란 때 잡혀갔다 돌아 온 여자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했는데, 몸을 더럽힌 여자라 하여 반겨주는 가족이 없었다. 나중에는 화냥년으로 불리었다), 일제에 의해 몸과 마음은 황폐한 모래 없는 사막으로 만들어진 우리들의 엄니 종군위안부들....그들은 누구의 잘못으로 그 기나긴 힘겨운 역사의 증인으로 살아있을까. 우리의 위정자들은 소리쳐 반성해야 하리라.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하리라.
가난이 죄이었던 시절, 연탄가스에 의해 죽어나가던 시절, 자고 나면 신문에 톱기사로 나오는 일가족 연탄가스 중독사, 나도 연탄가스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몇몇 친구들만이 아는 나의 또 다른 슬픔이다. 1977년 어느 날 연신내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다..<서울식당> 그곳에서 배운 기술은 지금도 재료만 갖춰지면 집에서 짜장면을 손으로 "땅! 땅!"해서 만들 수 있다. 그곳에서 하루의 일을 끝내고 다락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내 기억으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어느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어지러워서, 토하고, 어지럽고, 다만 고통스러울 뿐 사고의 힘이란 전혀 내 의식의 일부분을 차지 할 수 없었다.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기어가고 구르고..밖으로 나온 나는 3일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옛날이나 지금이나 안전불감증. 다락 바로 아래는 식당의 주방..연탄불이 피워져있는 다락은 나무로 만든 임시 다락으로 나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있었다. 당시에 사망사고의 90%는 연탄가스 중독이다.(그때 그일 때문에 지금 머리가 나쁜 지도 모른다)
1960년 4.19에 의한 이승만 정권이 물러가고 들어선 장면정권은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1961년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1979년까지 18년 이상 동안 철권통치를 휘두르며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린 암흑의 60~70년대는 우리에게는 차라리 암흑의 시대였다.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대성그룹처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의 명물, 서울의 명물이 되었지만, 그 청계천의 좁은 골방에서 수 없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전태일같은 노동자들은 목숨건 투쟁으로 노동3권을 위해 투쟁하며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선택한 결과가 오늘의 우리나라다.
우리의 삼천리 방방곡곡 우리들의 발걸음이 디뎌지는 곳, 우리들의 희열과 사랑이 넘쳐나는 인라인의 열정이 살아 숨쉬는 한천에도 우리의 선조들의 피와 땀과 얼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우리들의 할아버지들이 피 흘린 한천, 역사의 한반도,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외등” ㅡ 소금빛향기
잔별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 되어
공허한 메아리만
가슴을 울리는 구나.
향기없는 처연한 사랑은
영혼조차 숨은 도화지 사랑
외등의 남자
자신을 불태워 천국의 계단이 되어
아련한 손짓은
문칸방의 혜주였으니
화실에 가득한 사랑은
다시 태어난 삶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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