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잠언 시집
잠언 시집, 행복을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를 성경, 민담, 격언들을 추려 편집한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신독의 중요성, 자아 성찰의 필요성, 심신수양, 호연지기를 행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백년 후에도 살아 남을 시를 쓰기 위해 젊은 시인들은 밤을 지새우고, 술과 더불어 현실을 떠나 신화와 상징의 세계를 탐사하고, 깨인 눈으로 역사와 시대를 꿰뚫어 본다. 시는 마음 가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시평은 평론가들의 오만함이고 기득권자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모든 글은 시요, 문학이요, 잠언이다.
여기 킴벌리 커버거의 시를 옮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을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났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젊은 두목이 해변에서 조르바와 춤추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자유와 황홀함이 주는 그런 느낌.
시는 길다고 시 다운 것은 아니다. 단, 한 줄 단 한 구절이면 한 권의 책을 능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리야 센얀의 시를 본다.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셀지도 몰라.
영국의 어느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술 속에 진리가 있다."
압축된 의미로 볼 때 환상적인 시라 할 수 있다. The shorter, the better.
--- 소금빛향기 / 최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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