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포토 에세이

600년 전에 맺어진 인연이 다시 살아났다. 생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서럽지 않다. 이만하면 되었다. 된 것이다, 하고.
쓸쓸하고 찬란한 신 <도깨비>는 간절함이 있으면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나타낸다. 고려의 주군의 칼날에 죽은 영혼이 600년 후에 다시 살아나 운명처럼 다가온 도깨비 신부와 사랑에 빠진다.
망각은 신의 배려라고 한다.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600년을 살아오고 있는자, 그는 머리가 뽀개지지 않는다. 나는 잊고 싶은 것은 기억나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어찌 계속 잊는가? 누구는 전생을 잊어 괴롭고, 누구는 전생이 잊히지 않아 괴롭다. 망각의 강 레테의 강을 건너지 않았음에도 나는 왜 자주 잊는거잉ㅜㅜ
인생은 네 번의 생이 있다고 한다.
씨를 뿌리는 생.
뿌린 씨를 수확하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들을 쓰는 생.
죽어도 싼 죽음은 없다. 그런데 얼마나 괴로우면 죽음을 택하는가. 우리 대한민국의 사회는 고달픈 사회다. 선생님들을 개무시하는 사회. 조금도 손해보려 하지 않는 사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개무시하는 사회. 사회는 조금 손해보는 기분으로 살아야 맛이다. 구수한 시골 된장국 냄새처럼 정겨운 맛이다.
계속 이어지는 선생님들의 자살 사건에 가슴이 아프다. 옛날에는 선생님들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었는데, 사회가 어찌 되려고 그러는지. 선생님들의 연이은 슬픈 소식에 베르테르효과가 생각난다. 선생님들에게 견지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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