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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철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이철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판화 산문집'

  이철수의 판화 산문집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를 보며 옥중 서신 글모음 신영록 교수의 <처음 처럼>이 생각난다. 그림 한 점, 사진 한 장, 판화 한 점이 한 권의 책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며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에 패했던 아르헨티나를 위해 올리비아 뉴튼 존은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불러 약한 자들의 눈물을 쏟게했다.

  이철수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목적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 판화 산문으로 우리에게 미래를 제시해주고 있다.

  원효는 당으로 가다 돌아섰다.
  우리 시대는 머릿속부터 남의 땅이다.
  천년을 남의 머리 남의 가슴으로 살았으면
  이제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가슴으로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원효- 71p

  풍요로운 세상이라 가난하게 살기도 쉽지 않다.
  쓰고 버리는 것만 뒤져다 써도 호사를 하게
생겼다.
이 세상의 살림살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마도 '낭비'가 될 터이다.
  가난한 삶이라야
  깊고 아름답다.
        -臥脫-  93p
누워서 해탈을 한다. 덮은 이불이 천근이다. 먹고 입고 쓰는 것마다 가벼워야 하거늘....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도 있지만 낭비는 이제 필수품이 된듯 하다.

  이철수는 농사꾼으로 제도권 밖에서 자유롭게 민중 예술을 추구하며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가며 판화의 언어로 현실주의라는 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실, 물질, 사회에 대한 인간, 자연의 생명력을 경험의 산물로 숨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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