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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서정 '숲속 인생 산책'

김서정 '숲속 인생 산책'
숲해설가의 분투기


  숲해설가의 애잔한 수기이자 나무 인문학 김서정(男)의 <숲속 인생 산책>은 대학시절 운동권이었고 생활(고)에 시달려 죽음도 생각했던 시절을 겪고 숲해설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숲해설 도중에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 그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해 깊은 산골이나 지방을 답사할 때, 택시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도 넘치는 열정으로 학습하는 자세에 경탄스럽다.

  쪽동백과 때죽나무 혼동, 참나무 육형제 미구별, 한양도성길 설명에 아차산을 포함시키는 실수 등, 생존형 숲해설가 나무 공부 분투기라 할 수 있다.

  전국 37개 숲의 나무와 꽃에서 길어 올린 사람 이야기로서 그의 이름의 유래와 그에 얽힌 전설을 담고 있다. 괴산 미선나무, 양평 추읍산 산수유, 영취산 진달래, 천마산 얼레지, 제주도 마가목, 서천 팥꽃나무, 청주 가침박달(내년에 꼭 보러 가야지), 선유도 등나무, 양주 장흥 은사시나무, 창녕 마름, 쥐똥나무, 전주 이나무, 쪽동백나무, 가평 잣향기푸른 숲 잣나무, 함박꽃나무, 쇠뜨기, 강화 석모도 다래, 세종시 나무고사리, 칡꽃, 오산 모감주나무, 삼척 덕봉산 순비기나무, 고마리, 배롱나무, 산초나무, 탱자나무, 자귀나무, 청미래 덩굴, 살구나무, 서어나무, 뚱딴지, 화살나무, 대추나무, 메타세쿼이아, 히말라야시다, 박태기나무, 물푸레나무 등에 대하여 경험과 그에 대한 보충자료를 더하고 있다.

  때로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때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등으로 숲해설에 참가한 사람들을 당혹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글의 핵심은 나무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다. 인간의 삶과 의지를 북돋워주는 나무와 꽃에 대한 경외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처럼 나무도 사유적 존재이며, 언어적 생명체이다. 나무에게 사랑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면 더 잘 자란다. 그리고 식물들끼리 방향물질로 의사소통하고 있으며 뿌리도 미세한 저주파로 소통하고 있다. 인간이 만물이 영장이라고 하지만, 식물은 시생대, 고생대부터 나타난 인간의 대선배이며 지구의 개척자들이다.

  식물들에 대하여 경외심을 갖자.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을 우듬지까지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보라. 인간은 스스로 양분을 생산할 수 없지만,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생산한다. 어느 철학자가 이르기를 '인간은 생산을 하지 못하고 소비만 하는 게으른 동물이다'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