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준 '밤은 책이다'
잠을 잊은 그대에게
잠을 잊은 사람들에게 달을 보며, 별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읽다보면 달콤한 나라, 그 먼 나라의 이야기를 다녀올 수 있는 이동준의 <밤은 책이다>는 책, 미술, 사진, 영화에 대한 애뜻하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넓혀주는 책이다.
크리스토퍼의 <밤으로의 여행>에는 밤에 쓴 편지를 낮에 부치지 못한다. 낮의 어른은 밤의 아이를 부끄러워 하고, 밤의 아이는 낮의 어른을 동경하지 않는다. 볼프 슈나이더의 <만들어진 승리자들>에는 푸르스트의 말을 인용했다. "어떤 고통이든 찾아와야 비로소 창작에 들어갈 수 있다." 미켈란젤로는 "음울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할 스스로의 운명을 인식했다." 김승옥의 <무진개행>에서 안개를 적군이 밀려오는 듯 하다고 표현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에 별이 빛나는 것은 밤하늘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연인들의 낭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별은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빛을 낸다. 알랭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이상적인 사랑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성숙해가고 변화하는지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서술하고 있다. 인간 자체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승우의 <생의 이면>이 있다.
세네카는 "알고 있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낭비요, 알지 못하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부적절하다." 이는 충고는 자제하고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는 "원칙은 큰 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들에는 연민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행복을 위해서는 침묵으로 충분할 뿐이며, 침묵이야말로 단 하나의 가능한 일이다."
순수는 분명 고귀한 가치이다. 그러나 순수에의 확신과 순수로의 강요는 위험하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확고한 진실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거나 있다고 해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거나, 확률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우리를 웃음 짓게 하지만 또한 때로는 사랑은 우리를 한숨짓게 한다. 사랑을 찾는 인간과 기쁨을 찾는 인간이 동시에 될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인간은 오롯이 혼자이지만, 그 순간 그를 사로잡는 것은 누군가와의 교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운다.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발견이 아니라 재발견이라고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규칙과 굴레로 살아왔던 젊은 두목은 자유 분방한 조르바에 동화되어 해변에서 환상적인 춤을 춘다. 자유, 영혼의 일탈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잡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산으로 간다. 그리고산이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산은 다른 방향에서 보아야 진가가 나온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인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젊은 날의 숲"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읽고 쓰고 생각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바쁜 현대의 도시화, 산업화 시대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다양한 문화생활에 굶주린 우리들에게 문화의 맛을 보여주는 책들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편협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소개하는 문화를 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서점에서 30분에 한 권을 읽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 소금빛향기 / 최용철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멜리사 마인츠(Melissa Mayntz) '깃털 달린 여행자' (0) | 2023.06.12 |
---|---|
김서정 '숲속 인생 산책' (0) | 2023.06.12 |
밀란 쿤데라 '지혜' 존재하는 것들은 아름답다 (0) | 2023.05.17 |
2022년 베스트셀러 다시 읽기 오은영의 '화해' (0) | 2023.05.01 |
파인애플 스토리 (0) | 202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