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때 외우고 또 외웠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오랫만에 다시 감상하고 있다. 우리의 강산을 빼앗긴 울분을 시로 표현한 그의 내면의 슬픔을 그의 시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잔혹하고 간사하고 천인공노할 그들의 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읽고 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으로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는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01년에 대구에서 태어나 15세에 경성 중학교에 입학하여 명투수로 활약하기도 한 그는 19세 때에 대구 계성학교 학생들을 동원하여 3.1운동 거사하려다 실패하고 22세에 <나의 침실로>를 발표하고 26세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개벽'에 발표하고 27세에 이종암 사건으로 구금되기도 했다. 43세에 위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삶의 허망함은 나라를 빼앗긴 자각으로 부터 오는 무력감이며,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는 애국 시인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시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역사의 끝까지 살아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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