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순간의 꽃'
고은 '순간의 꽃'

순간은 순간으로 이어지며 삶의 순간이 된다. 점은 선으로, 선은 면으로, 면은 공간으로 이어지며 우리들의 삶의 현장이 된다. 2001년 문예진흥원이 뽑은 좋은 도서 고은 선생의 <순간의 꽃>은 우리를 순간이라는 찰나의 장면으로 인도한다. 순간이 오늘을 만들고 오늘이 역사를 만든다. 고은 시인은 역사적 사건을 시로 설명하며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소쩍새 울음에 가을날밤 잠들 수 없음을 별빛이 재촉하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 없어서
소나무 가지 하나
길게 뻗어나간 쪽으로 갔다.
찾던 길이었다.
얼마나 낭만적이고 서정적인가.
구름 속에 달이 나타난다
도둑놈이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개들이 놀라 짖어댄다
고향의 보름달, 그리운 달밤에 소곤대던 옛 이야기에 가을이 지나가는 달밤에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있다. 보름달 속에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보고 짖어대던 동네 개들의 소리. 그리움이 가득한 소리인데, 이제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조차 사라졌나보다.
누구나 매순간의 엄연한 기운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존재 자체가 변화 미분들의 순간을 이어가는 것 아닌가. -고은
일이 끝나는 12월 말에 고은 선생의 호를 따고 도선대사의 이름을 딴 북한산의 보현봉 아래 일선사를 들러봐야 겠다. 물론, 보현봉은 비탐이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