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수영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소금빛 향기 2023. 9. 26. 16:21

오수영 '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비행 승무원 오수영 그는 취미로서, 그리고 본능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 일상적이고 흔한 일들에 대해 고백적이고 살아감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편안한 마음으로 쓰고 있다.

에세이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을 접하는 순간 나는 70년대 삼중당 문고에서 나온 포켓북이 생각난다.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나는 새책을 살 수 없기에 거의 매일 헌책방을 들러 두 권씩 샀다. 당시에 100원에 두 권을 주시기도 했고 표지가 뜯기거나 파손된 책은 그냥 주시기도 했다. 연신내 개천가에 자리한 그 헌책방은 나의 놀이터였으며 삶의 원동력이었다. 반공일과 일요일은 일해야 했고 전기가 없던 산동네라 아랫동네 가로등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등잔불 아래서 책을 읽었던 그 시절, 이 책이 그 때의 추억을 소환해주고 있다.

  손가방에 넣고 강가에 자리한 조용한 카페서 20~30쪽씩 읽거나 비오는 날 커피를 마시며 발코니에서 비소리를 들으며 머리쓰지 않고 편안하게 읽기에 좋다.

당장의 현실이 초라할지라도 먼 미래의 순간을 미리 당겨쓸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있는 것들을 묵묵히 이어갈 수 있을 뿐인데, 결국은 그 순간들의 총합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며 우리의 현재를 미래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현재는 미래를 추월할 수 없고, 미래는 현재를 벗어나지 못한다.
          -26 p -

시간은 종종 지워지는 것처럼 빠르게 사라진다. 사라지는 시간을 잡아보려 손을 뻗어보지만 잡히는 것은 달아나는 시간이 허공에 흘리고간 허무한 흔적들뿐이다. 시간을 상대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내 손에 묶어두려 그 상대성을 이용하는 것인데, 하루라는 동일한 시간에 내 삶을 모조리 쏟아부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3일 치를 사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식이다.
      -56 p -

  시간에 있어 늦음이란 없다. 운동, 독서,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보면 가치있는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성인병(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있지만)은 맑은 공기, 즐거운 마음,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문화와 예술, 독서를 가까이 하면 몸에 찾아올 수 없다.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