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삼국지3'
이문열 '삼국지3'
여포의 멸망
진궁의 간언
원술의 절망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매양 겸손을 무기로 하는 귀 큰 중산정왕의 후손 유비는 여포에게 서주성을 빼앗기고 떠돌이 신세가 되어 조조의 휘하에 들어간다.
여포는 장비와 관우의 꾀에 연주성으로 가지만 조조와 유비의 연합군에 사로 잡힌다. 여포는 그의 부인과 첩 초선의 눈물 어린 부탁으로 진궁의 간언을 듣지 않고 조조에게 사로잡힌다. 그의 모사 진궁의 말을 들었더라면 중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텐테. 진궁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연주성은 조조의 말발굽에 짓밟히리라." 진궁과 당대의 장사 여포는 그렇게 역사에 사라진다.
유비는 조조의 감시 아래 있을 때 뜻있는 관료들이 조조를 멸한다는 연판장에 서명하고 아무런 뜻이 없음을 조조에게 알리기 위해 농부가 된다. 그리고 조조의 믿음을 얻는다. 그때 원술이 원소와 결합한다는 전갈에 유비는 자기를 보내달라고 하고 일단의 군사로 하여 원술을 죽인다. (유비에 쫓겨 달아나며 열 받아서 피를 토하고 죽는다). 그때 순욱은 조조로 하여금 유비를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조조는 순욱의 말을 듣지 않는다. 순욱의 말을 들었더라면 삼국시대는 없었으리라. 다만 두 번째로 천하를 통일한 위시황이 탄생했을 수 도 있었으리라.
그리고 뛰어난 재사인 예형을 다른 제후로 하여금 죽게하는 조조의 냉철함은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울 만하다. 그의 장남과 전의를 죽게했던 곳에 이르렀을 때 대성통곡함으로써 민심을 단결시키는 치밀함도 보여준다.
역사는 만약이라는 경우가 없지만 만일 여포가 진궁의 간책을 들었더라면, 그리고 조조가 순욱의 간책으로 유비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기원전 약 220년 전에 중국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백제의 의자왕이 흥수와 성충의 간언으로 수군은 기벌포(지금의 군산 장항)에서 육군은 탄현(지금의 추풍령)에 막았더라면 백제는 중국의 산둥반도와 일본을 지배하는 힘으로 대륙으로 해상으로 강력하게 뻗어나가는 국가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연개소문이 사신으로 왔던 김춘추를 죽이라는 연수영의 말을 들었더라면 요동치던 삼국시대가 고구려 또는 백제에 의해 통일이 되었을 텐테, 지나간 역사는 말이 없고 승자가 남아 기록을 잇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