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2001년에 출간된 이후로 2022년에 88증쇄를 이은 초베스트 셀러인 김중미의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일어난 거의 실화에 가까운 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보고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이다. 2002년에 읽고 감동 받았는데, 거의 20여년 만에 다시 읽고 있다.
괭이부리말은 바닷가 습지의 마을이다. 도시 빈민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공부방에서 가르쳐왔다. 어른들의 가난함에 대한 대물림을 단절시켜 주기 위함과 아이들의 바른 인성을 갖게 하기위함이 이 글을 쓴 동기이다.
인천 앞바다는 삶을 이어가지 못한 사람들의 무덤이기도 한다. 고양이 섬은 가난해서 모여드는 빈민촌이지만 그들의 인정은 단단하고 끈끈했다. 어른들은 삶에 부대끼며 살고 아이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슬픈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만 희망은 남아있다. 청소년들은 본드를 흡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즐거움이다. 그런 절망이 드리워진 동네에 등대(영호)같은 존재가 있다. 열심히 살기 위한 곳, 빈곤의 악순환이 만연 되어 있는 곳, 그곳이 괭이부리말이다. 가난하고 치욕스런 모욕적인 말 "너도 괭이부리말에서 사니?"
내 이야기이다. "너희들 불광동 산36번지 사니?" 산 36번지는 가난하고 슬픈 자들의 모이는 곳, 소외된 자들의 모이는 곳, 모두가 꺼리고 두려워하는 우범지대다. 73년부터 나는 그곳에서 처절한 삶을 살았다. 술, 담배, 본드는 우리들의 친구였고 유일한 도피처였다. 신문배달, 중국집 보이, 이발소 세발이, 이삿짐 센터 짐꾼, 그리고 막노동꾼 등등 살기위해 그리고 공부하기 위해 고통스럽고 처절한 삶을 살았다. 그때의 일기를 찾아보면 만취 상태에서도 촛불켜고 책을 읽었다는 내용도 있다. 책은 나의 또 다른 위안이고 내적 유희였다.
가난한 친구들, 가정 형편으로 배움을 이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남을 위해, 국가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되지만 나이가 따라주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신이 나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며칠전 텃밭에서 초등학생 어머니가 "어르신!"하고 부르며 가지고추를 주신다. 맛있다고. 아! 나는 어느덧 어르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