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수영 '긴 작별 인사'

소금빛 향기 2023. 7. 23. 22:03

오수영 '긴 작별 인사'

  기막힌 소설 작법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슬프면서도 담담하게 전개해 나간 오수영의 <긴 작별 인사>는 어머니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이사를 할 정도로 어머니의 부재에 기나긴 우울의 터널을 건너지 못한 심정을 일기, 에세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을 써내려 갔다.

  이 소설을 쓰고도 출판을 미루었던 것은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사람의 흔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위안일까 혹은 최대한의 고통일까.

  초반부에는 어머니를 그녀, 아버지를 그로 표현해서 그의 아내가 떠난 것으로 생각했다. 교묘한 함정으로 빠져든 독서의 향기에 나는 마비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요양원에서 홀로 요단강을 건너간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눈물이 나를 울게 한다.

  작가의 변 : 2년후 그녀에 관해 생각하는 일이 오직 슬픔과 고통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눈 덮힌 우리의 마음을 뚫고 어느새 푸른 잎사귀가 고개를 든다. 우리는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그 힘에 기대어 다시 웃음을 되찾아가고 있다.

  63세에 이승의 짐을 벗고 먼 여행을 떠난 그의 어머니에게 '기록은 어머니를 온전히 떠나보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애도의 방식이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나는 두분 모두 소천의 세계에 계시지만 그날 나는 3일간 통곡을 하며 지냈다. 내가 잘못한 일만 떠올라 그렇게 슬피 울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고혜정의 '친정 엄마'를 읽으면서 나는 또 울었다. 살아계실 때 잘 해드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