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임진아 '오늘의 단어'
소금빛 향기
2023. 7. 18. 23:41
임진아 '오늘의 단어'
생활견과 반려인의 진솔한 이야기
Slow Dog and Jin in Slow City

하루의 빈칸이 반짝이는 빛나는 순간, 사계절에 나타나는 오늘의 단어를 반려견과 함께 엮어나가는 보통의 이야기는 하루 하루를 보람되고 가치있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름은 빗줄기 쏟아지는 장마에 커피끓는 향기에 취하고 빛줄기에 흐르는 땀에 시원한 맥주와 과일 안주는 숲속의 향기같다. 때로는 분식을 찾기도 하고 구름 한 점없는 하늘 아래 책장 넘기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가을은 파란 하늘 아래 노란 단풍으로 마른 밑반찬에 도시락은 저녁 식탁의 풍성함보다 더 낫다. 산책에서 돌아와 화분에 둘러쌓인 채 식탁에서 차 한 잔과 빵조각 뜯는 행복은 지상 최고의 행복이다.
겨울은 반려견과 함께 낙엽밟는 행복은 다가올 추위에 목도리를 짜기도 하고 눈이 오는 밤길에 콧노래 흥겹다. 꽁꽁 언 손을 주머니 깊게 넣고 여행을 떠남도 소확행이다. 밤이 오면 바람소리에 몸도 움추러들고 수면 양발에 이불 속은 꿈나라에 이르는 완행열차다.
봄이다. 기지개를 펴고 긴 스트레칭으로 동네 한 바퀴돌며 나른한 날에 낮잠보다 따듯한 목욕을 하고 동네 책방을 들러 책장 넘기는 소리에 봄소식을 몰고 온다. 혼자 멍도 때려보고 봄단장으로 집안 정리를 하면 움추러들었던 세포들도 활력을 찾는다.
이 책은 도시 속의 작은 집이지만 공간적 장소라기 보다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옥상에서 살아가는 소시민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