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쿠다 미쓰요 '납치 여행'

소금빛 향기 2023. 6. 14. 21:49

가쿠다 미쓰요 '납치 여행'
번역 김난주

  여름방학 첫날, 13살 소녀 '하루'양은 대낮에 유괴 당했다. 이별 속에서도 변치않는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매혹적인 성장 소설로 2005년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장편소설 <납치 여행>은 일본 문학 최고의 번역가 김난주가 가슴 절절한 가족애를 잘 담아냈다.

  아빠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하루는 어느 날 대낮에 유괴 당한다. 아니, 자발적 유괴를 당한 것이다. 엄마와 이별한 아빠에게 호의적인 유괴를 당했다. 가난한 아빠와 유괴 여행은 가슴 따듯한 부녀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고 유쾌하고 아슬 아슬한 부분이 가슴을 저리게 하기도 하고,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느 날 기차역에서 아빠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루는 아빠를 유괴범이라고 소리쳐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고, 마트에서 호기롭게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에서 아이 엄마가 싫어하는 것(사실은 돈이 부족해서) 이라고 다시 판매대에 원위치 시키기도 하고, 공원에서는 누가 버린 텐트를 고쳐 자기도 한다. 또한 하루를 돌려 보내기로 했을 때, 기차표를 살 돈이 없어서 버려진 자잔거를 고쳐서 둘이 가까운 친구집으로 돈을 빌리가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폭의 수채화로 묘사되었다. 하루는 납치된 상태가 좋다고 아빠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귀가를 결정한다.

이혼했지만 이혼하지 않고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지내는 아빠와 엄마를 보고 13세 소녀 하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이혼할지라도 이혼하지 않은 것처럼 가까운 이웃처럼 그렇게 보내는 방법도 좋으리라.

  하루가 아빠에게 하는 말에 우리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나, 형편없는 어른이 될거야. 나는 아빠처럼 형편없는 어른이 될거야. 부모랍시고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질 않나, 그렇다고 제대로 봐주기를 하나. 아빠 때문이야."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했다.

  감동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오는 부녀의 여행과 대화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하고, 루소의 에밀을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