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바람의 화원'

이정명 '바람의 화원'
김홍도와 신윤복
예술과 사랑, 역사와 복수의 시대 소설, 조선의 궁중의 암투, 도화서에 얽힌 비밀, 그리고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는 소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을 15년만에 다시 읽었다. 도화서의 신윤복은 미세하고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여성을 그림으로써 도화원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위해 그의 스승 김홍도, 아버지(양부), 그의 형 신영복이 단합하여 신영복이 추방당하는 것으로 한다.
섬세한 화풍으로 주로 여성만을 그리는 신윤복을 어진화가(임금님을 그리는 화가)가 되지만, 정조의 미소짓는 모습을 그렸다고 도화서에서 추방당한다. 사람은 죽고 산천은 변하나 그림은 천년을 간다. 얼굴없는 그림으로 사도세자의 어진을 찾으라는 정조의 어명으로 김홍도와 신윤복은 비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향은 자기를 알아봐주는 신윤복에게 마음을 주고 영원한 마음의 낭군으로 모시지만 김조년이 데려간다.
금소리 은은한 삼경에
정인에 다한 그리움을 달빛에 숨기고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아쉬움이 몰려온다
대숲에서 들리는 바스락 소리
님이 오시는 소리 아니던가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한숨이 구름에 가리운다.
사도세자(장헌제자)의 얼굴없는 어진으로 부친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산(정조)는 김홍도와 신윤복으로 하여 숨겨진 그림을 찾게 하고, 그 그림을 그리고 암살당한 강세황와 서징의 살인범을 찾게 한다.
사실은 서징의 딸이 신윤복이고 신윤복은 남자로 행세하며 그 범인을 찾기위해 도화서에 들어갔다. 김조년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대결에 신윤복에게 정향을 풀어주는 조건, 김홍도에게는 신윤복이 여자라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을 한다. 마지막 스승과 제자의 대결, 그 결과는?
이정명의 섬세한 필치로 300년을 뛰어넘어 잊혀져가는 천재화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그림에 대한 해박한 설명과 묘사로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읽는 즐거움과 민속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삽입한 그림들에 즐거움은 배가 된다.
전혀 생각지 못한 비밀이 드러난다. 여성적인 색감에 섬세한 붓질에 작가는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점도 특이하다.